조선 시대만 해도 원산과 함께 전국 2대 포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크게 번성했던 강경읍.탁 트인 시야에 펼쳐진 금강 줄기와 강경읍, 아름다운 풍경 저 너머엔 안타까운 근대 역사가 남아있다. 옥녀봉을 중심으로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를 돌아 다니다 보니 `강경역사관`을 깊이 있게 다루기로 한다.
강경역사관주변 공영주차장.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는 반경 1km 안에 시대와 종교,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재가 밀집돼 있어 산책하듯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누릴 수 있다.강경 젓갈 거리를 중심으로 강경 역사관(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 앞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보면 길을 사이에 두고 근대 건축 유산인 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과 대형 젓갈 상회가 마주 보고 있어. 강경의 대표적인 명소와 명물이 마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듯 공존하는 것도 이곳만의 풍경이다.옛 한일은행 건물은 강렬한 붉은 벽돌의 외관이 눈에 띄는 건축물로, 과거 번성했던 강경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강경 역사관으로 활용되는 구 한일은행 강경 지점은 1905년 문을 열어 해방 후 한일은행 강경 지점으로 사용됐다.역사관 뒤로 강경구락부(취미나 친목, 오락 따위의 공통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한 모임이나 단체)로 들어가면 개화기 시대로 들어간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시간을 100년 전쯤으로 되돌려 놓는다. 현재 커피숍과 호텔, 식당 등이 영업 중이다.강경 역사관은 강경의 역사와 문화재, 근대유산 등 옛 강경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은행에서 실제 쓰던 금고,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 물건을 둘러본다.옛 강경역 열차 시각표와 기증 유물들이 있는데, 아담한 근현대사 박물관 같아. 반공 소년 한완봉의 이야기 등 강경의 인물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은행시설로 활용됐을 당시 사용했던 금고.강경 역사관의 전시물. 강경 관련 기증품과 함께 강경 포구의 번성기 풍경 사진도 볼 수 있다.천정(7.2m)이 높아 공간에 비해 내부 공간이 환하고 넓어 보인다.강경역사관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빨간 뾰족지붕이 인상적인 강경성지성당은 조선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 활동지다. 건립 당시의 구조와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국내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강경성지성당 가까운 곳에 구 강경노동조합(강경역사문화연구소)이 자리한다. 1925년 건축된 일본 목조건축 양식 건물로 건축 당시 2층 건물이었으나 현재 1층만 남아 있다. 구 강경노동조합은 강경 상권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현제 강경역사문화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구 강경노동조합에서 10여분 걸어가면 스승의 날 발원지 강경 여자중학교 고등학교를 찾아본다.아픈 학생들을 보살피던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 학교 학생들은 1963년 은사의 날을 정하고 첫 행사를 열었다. 1964년 중앙학생협의회가 '스승의 날'로 이름을 바꿨으며, 이날의 기념은 전국적으로 확산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1920년 개교한 강경 상고는 덕수, 선린 상고와 더불어 3대 상업고등학교로 이름이 높았으며, 많은 금융기관 간부를 배출했다. 교문안으로 들어가 좌측으로 옛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가 있다.옛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1931)는 뾰족한 지붕 한쪽을 곡선으로 마감하였으며, 붉은 벽돌에 나무로 창을 낸 모양새 이쁘게 보인다. 입구는 석재마감의 포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외형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강경에 거주하던 일본 상인의 자녀들이 이 학교에 다녔단다.근대거리에는 개교한 지 118년 된 강경중앙초등학교가 있다.강당은 1937년 6월 30일에 세워진 지상 1층의 건물이다. 이 건물은 강경공립보통학교 개교 30주년을 기념하여 강경공립보통학교 후원회에서 기증한 것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붉은 벽돌을 사용하여 지었고, 외벽 둘레에는 콘크리트로 흰색 띠를 둘러 두 층 높이로 나누고, 모서리에는 벽돌 내어쌓기 방식으로 띠를 둘렀다. 이 건물은 당시 강당 건축의 전형적인 특징을 따르는데, 건물에 흰색 띠를 둘러 입면의 단조로움을 없애 단아한 멋을 보여준다.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둘러보고 색다른 체험도 즐길 수 있었던 강경.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실감 나게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 거닐다 보면 곰삭은 인생의 맛에 비견될 수 있을 듯하다. 차량 이동보다는 도보 이동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발길을 잡아끄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