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마이산 등산로 입구에 이색 박물관이 있다. `진안 가위박물관`이다. 진안 가위박물관은 진안군 용담댐 건설 때 수몰된 지역에서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가위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세워졌다. 이후 한반도 가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전 세계 가위 수집이라는 일로 확대됐으며, 그렇게 모인 가위의 양과 종류가 너무 많아지자 결국 박물관을 세워 시민과 공유하게 된 것이란다.
지상 2층 아담한 규모의 박물관이다. 입장료 주차비는 없으며 박물관 주변으로 10여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소형주차장이 있다.가위는 미술시간 손에 쥐는 문구용부터 정원용 이발용 의료용까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도구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감탄한다는 고기나 냉면을 자르는 주방용 가위부터 용도보다 맛있는 소리로 기억되는 엿장수 가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창의성이 엿보이는 가위도 있다. 문득 이런 가위를 언제부터 사용했고, 예전엔 어떤 용도로 썼는지 궁금해진다.박물관 자체가 아담하니 입구 로비도 비좁다. 바로 1층과 2층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1층 전시실에서 가위의 역사를 알아보기로 한다.이곳은 간단하고 어설픈 시골 박물관이 아니다. 사실 처음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수많은 가위의 종류를 보며 점차 빠져들고 말았다.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가위는 기원전 1000년경 그리스에서 만든 양털 가위로 철제로 된 U자형 가위이다. 기록역사로는 기원 전 1300~600년경의 바빌로니아 문헌과 구약성서에 나오는 양털을 자르는 가위에 대한 것이 최초로 모양에 대한 설명은 없고 재료가 철이라는 기록만 있다.서양 역사상 양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신성한 동물이자 젖과 털, 가죽과 고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가축으로 여겨졌다. 그리스 크레타 문명의 중심지 크노소스는 양털산업으로 부흥했고, 중세 영국의 울 산업은 영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오늘나에도 유럽과 북미, 호주 등지에서는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고대 양털 가위를 사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양털을 갂는 축제로 열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분황사 석탑에서 나온 원시형의 가위이다. 형태는 한 장의 철판으로 만든 ∝형의 것으로 손잡이가 없고, 두 개의 가윗날이 서로 엇갈리도록 밑부분이 가늘게 둥글려 있다.동양 가위 유물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00년경 중국 전한 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8자형 가위이며, 그 다음은 기원후 500년경 중국 남북조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V자형 가위이다.가위의 역사에서는 용담댐 수몰지인 수천리 고분군에서 지난 2001년 출토한 고려시대 철제가위 5점이 전시되고 있다.용담댐이 생기면서 마을들이 물에 잠겨 사라졌고, 완공 전 일부 지역에서는 발굴조사가 이뤄져 적지 않은 문화재가 발견되였다.가위와 인물 코너에서는 304년간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로마노프왕조의 알렉산드로브나 여대공 올가가 소유했던 가위와 손잡이 형태가 왕관 모양인 영국 한나부인 가위, 하노버왕조 조지4세가 소장했던 가위 등 26점을 만날 수 있다.304년간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로마노프왕조의 알렉산드로브나 여대공 올가가 소유했던 가위.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로마노프). 니콜라이 2세는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퇴위했으며 1918년 볼셰비키 혁명군에 의해 총살당했다. 처형 당시 니콜라이 2세의 부인이자 황후인 알렉산드라와 여대공 아나스타샤를 비롯한 4명의 딸, 황태자 알렉세이 등 7명의 왕실가족과 주치의, 요리사 등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총살됐다.손잡이 형태가 왕관 모양인 영국 한나부인 가위.하노버왕조 조지 4세가 소장했던 가위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며 중세 유럽 여성들이 자수 등에 사용했던 황새가위.둥그런 테두리가 있어 양귀비 열매를 자를 때 요긴하게 쓰였던 아편가위 등이 눈에 띈다.종교적으로 성스러운 의미와 가치를 지닌 이슬람 캘리그라피가위.세계의 가위는 다양한 형태와 용도를 가진 가위 416점을 전시하고 있다.19세기 유럽의 귀족들이 포도송이를 잘라 접시에 나눌 때 사용했던 포도가위.정복을 꿈꿨던 우크라이나 바이킹가위.영국 빅토리아 시대 고전미를 엿볼 수 있는 빅토리아 앤틱가위도 있다.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곡선 예술이 뛰어난 아르누보 양식의 가위.전투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던 야전가위.2층 전시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가위를 주제로 했다.전시실에서는 가위 보관 및 거치대, 기능 가위의 종류 등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가위들을 선보이고 있어서 친근감을 더해준다.생활가위에서는 가윗소리로 박자를 맞춰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엿장수 가위와 조선시대 무쇠가위, 초심지가위 등 전통가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방·미용·공예·전지가위, 가위집 등 386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꽃·나무를 다룰 때 필요한 전지가위, 일반가위의 단점을 보완한 전동가위, 초심지를 자르는 초심지가위, 소중한 가위를 보관하는 가위집 및 가위관련, 액자, 시계, 액세서리 등이 보인다.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가위박물관의 전시물은 뜻밖에도 훌륭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망라한 가위가 전시돼 있는데, 그 다양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당대의 미술 양식에 따라, 가문에 따라, 사용 장소에 따라, 가위의 모습이 다 다르다. 정교하게 깎아 만든 형태와 새긴 무늬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미적 감각과 문양의 형태, 여기에 역사가 어우러지면서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박물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