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485m) 아래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운림산방, 그 풍치와 운치가 어떻게 거장의 품격이 됐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조선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8∼1893)이 서울에서 낙향해 말년을 보낸 화실이면서 그의 직계 5대의 화맥이 200년간 이어지는 전 세계에 둘도 없는 대화맥의 산실이다.
진도 공영터미널에서 약 5.1km 떨어져 있는 운림산방에 왔다. 운림산방 입구에 있는 주차장은 무료다. 주차장 좌측으로 쌍계사일주문이 보이며 뒷쪽으로 솟은 산이 진도군에서 제일 높은 첨찰산이다.계단으로 오르기전 좌측으로 남도전통미술관이 있다.운림산방 경내에 남종화의 본 고장인 진도군의 많은 예술인들의 전시 공간 마련을 위해 건립되었고 진도 전통문화예술성을 개발.전승.연구.교육하고 있으며 기회전시실, 백포전시실, 전정전시실, 아트숍이 있다.계단으로 올라서면 판매및 체험을 하는 몽연각이 보이고,이어서 운린삼방 매표소가 나온다. 운림산방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5시 30분(동절기 오후 4시 30분 / 연중무휴). 관람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첨찰산을 병풍처럼 두른 멋진 터다. 연지(운림지)에는 약 95년 된 배롱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배롱나무는 여름 내내 꽃을 피우고 사계절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며 운림산방의 자연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전통 정원이 천원지방이라 하여 사각형 테두리를 두르고 중앙에 원형으로 된 섬을 둔다. 이곳은 오각형이다. 창경궁 연못을 본떠 오행에 따른 오방색을 구현했다고 한다.소치는 해남 대흥사에 있던 초의선사 밑에서 그림을 배웠고 30대에 초의를 통해 추사 김정희 문하에 입문해 서화 공부를 했는데,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능해 '소치삼절'(小痴三絶)이라 불렸다. 추사는 중국의 거장 대치 황공망과 비교해 소치라는 아호를 지어주고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사람이 없다"고 칭찬했다.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돼서 임금 앞에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최고 영예를 누렸다. 허련이 헌종에게 바친 그림이'설경산수도'다.소치화실1856년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짓는다. 당시는 운림각이라는 초가였다.앞마당에 연못을 파고 한가운데 섬을 만들어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고, 연못 주변에 정원을 꾸몄다. 배롱나무꽃이 피는 한여름이면 운림산방이 더욱 화사하다. 허련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운림산방이 만들어지기 전 실제 사용하였던 살림채. 호남 남도 양식의 살림집 소치고택.소치고택 윗쪽에 양친허씨 진도중파 문중제각 `사천사`가 있다.허대는 임해군의 처조카다. 역모로 몰린 임해군을 보살피기 위해 진도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진도에 사는 양천 허씨는 모두 그의 후손이다. 자연을 붓끝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빗자루만 잡아도 명품이 나온다는 우스개도 있다.소치 영정실 운림사.소치 허련 (1808∼1893)의 영정.소치 작품들을 전시한 '소치1관' 19세기 남종화(양반 지식인들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표현)를 발전시킨 소치 허련과 그의 작품들과 예술인생, 교유관계, 명사들의 평가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기획되었다.이곳에서 꼭 감상해야 할 작품은 소치의 전형적 화풍을 엿볼 수 있는 ‘선면산수도’와 봄이 오기 전 꽃을 피운 고결함을 나타낸 ‘매화도’다.소치 2관은 일가 직계(2대~5대) 전시실과 실감 콘텐츠 체험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소치2관에 들어가니 소치의 후손인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5대 허진, 허은, 허청규, 허재, 허준 등 소치 일가 직계 작가들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허문의 `강무``계산양우` 서쪽산 사람 집에 대나무그림자 시내에 비치고 산은 깊고 비구름 더디 오가도다.소치에서 이어져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5대 허진과 허재까지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선이 굵고, 명암이 뚜렷하다. 한편으로는 은은한 색채와 과감한 여백이 끝없는 자유를 느끼게 한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운림산방은 허련의 삶과 주변의 빼어난 풍광, 아름다운 남종화까지 산책하듯 만나는 어울리는 공간이다.첨찰산 자락, 운림산방 옆에는 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쌍계사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절 양편에 계곡이 흘러 쌍계사라 이름했단다.쌍계사에서 시작하는 진도 쌍계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은 첨찰산 자락을 휘감아 그 넓이가 약 62만 ㎡에 달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모새나무, 참식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졸참나무, 자귀나무, 느릅나무, 쥐똥나무, 갈매나무, 굴피나무 등 낙엽활엽수와 어울려 숲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