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백화산 자락에 있는 반야사는 신라 성덕왕 19년(720년) 의상 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상원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백화산 일대는 예로부터 문수보살(석가여래를 왼편에서 모시고 있는, 지혜를 맡아보는 보살)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찰에 문수보살을 의미하는 '반야'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란다.
호랑이 형상을 품고 있는 백화산이 반야사를 지켜준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이 지역을 몇번째 찾아온다. 그만큼 경치가 수려한 지역이다. 백화산 산행, 반야사 관람, 그리고 반야사둘레길이다. 또 여름철 피서지로 이만한 곳이 없다. 반야사 경내까지 차량을 이용하여도 되지만 일주문 전에 넓은 공터에 주차를 하고 걸어 들어 간다.경북 상주와 영동의 경계인 백화산(933m) 자락에 있는 반야사는 백화산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는 석천이 S자로 크게 휘돌아 만들어진 땅에 사찰을 세웠다. 반야사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일주문, 사찰에 이르는 숲길 옆으로는 금강 지류인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앞쪽으로는 험한 백화산 산세에서 내려오는 석천계곡이 흐르고 있어 백화산이 둘러싼 사찰을 감상하기에 좋다. 마치 자연과 혼연일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경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반야사와 백화산주행봉의 칼날능선 등산도 일품으로 친다.경내에 진입전 우측으로 입석바위 계단으로 올라가 본다.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지만 석조 부도 2기가 전부다.부도 옆으로 송시열 유허비가 있다.반야사의 전경.반야사 마당 좌측으로 자연미가 상실한 징검다리를 건너 상주시에서 석천을 따라 황간면 반야사를 잇는 백화산 호국의 길이 영동군에 걸쳐 있어 상주시 옥동서원까지 백화산 호국의 길(6.6㎞)을 연결해 걸어도 좋은 구간이다.반야사 종무소 요사채문수전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장전 뒤쪽으로 난 길을 통해서 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 길은 석천계곡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갈 수 있다.요사채 뒤 산비탈 끝에 지장전, 대웅전,극락전이 석천을 바라보고 일자로 새워져 있다.극락전 뒤로는 산신각이 자리한다.예전에는 대웅전 마당에서 호랑이 너덜을 볼 수 있었는데 종각 뒤로 템플스테이 숙소 '백화료' 가 건립되어 종무소 뒤편 석축기단에 올라가야 한다.종무소 뒤편에서 백화산을 올려다보면 꼬리를 바짝 치켜세운 호랑이가 웅크린 채 당장이라도 경내로 뛰어내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호랑이다.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지만 자연이 만든 작품이다. 절묘하게 호랑이 배 높이에 맞춰 지어진 백화료도 신기하기만 하다. 템플스테이 숙소는 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인은 출입을 할 수 없다.극락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1371호)은 신라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 석탑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석탑 옆에는 수령 500년의 배롱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사찰을 지키고 있다.호랑이는 반야사 창건 설화와도 얽혀 있다. 반야사 중창을 명한 세조가 대웅전에 참배하자 문수동자가 나타나 절 뒤쪽에 있는 개천에서 목욕을 권했다. 세조가 목욕을 시작하자 문수동자는 부처의 자비가 따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 때 문수동자가 타고 온 사자가 백화산에 남아 반야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사자가 불법을 수호하는 동물로 상징되지만 우리에게는 호랑이가 더 익숙하다.절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보면 마치 딴 세상에 들어가는 것 같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만 들린다.반야사에서 나와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널찍한 바위 오른쪽으로 100여m 절벽이 앞을 막는데, 그 꼭대기 위에 작은 정자 '문수전'이 눈에 들어온다.문수전이 위치한 곳은 망경대라고 하는 곳으로 이곳에는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재밌는 설화가 전해진다.세조가 목욕을 한 뒤 피부병을 고쳤다는 영천은 거센 물살이 잦아드는 물웅덩이다. 조선 7대 임금인 세조는 피부병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미대사의 말을 듣고 반야사로 갔다고 한다. 이곳에서 세조 앞에 문수보살이 나타나서 망경대 아래 영천에서 목욕을 하라고 했다. 세조는 문수보살이 시키는 대로 영천에서 목욕을 했고 신기하게도 피부병이 다 나았다고 한다.영천에서 10분만 올라가면 닿는 거리지만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천지 차이다. 백화산과 주변을 굽이쳐 흐르는 석천 물길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문수전으로 올라간다.절벽으로 난 계단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니 산봉우리 사이로 S자로 굽이도는 계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까마득하게 솟은 암봉과 기암절벽을 자애롭게 어루만지듯 감싸 흐르는 석천, 그 위에 사뿐히 들어앉은 문수전이 절경이다.3칸 짜리 반야사 문수전 내부는 볼 수 없다.문수전은 관람자에겐 불전이 아니라 환상의 전망대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구수천이 크게 휘감아 돌고, 시선을 올리면 무아지경으로 흘러온 물줄기와 이를 감싼 산세가 첩첩이 포개진다. 문수보살의 지혜가 이만큼 깊을까, 잠시 천상의 세계를 거니는 꿈을 꾼 것 같다.그야말로 절경은 백화산과 그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검은빛으로 흐르는 굽이진 계곡, 갈색 빛이 오른 산은 겨울맞이를 하고 있다.하산은 반야사 지장전 뒤로 내려가면 된다.반야사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백화산 자락과 석천, 망경대가 어우러진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