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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행

부석사

2024년 5월 30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의 봉황산에 가면 고즈넉한 자태로 천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부석사가 있다.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다. 남북국시대 676년(신라 문무왕 16년) 의상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하고, 1016년(고려 현종 7년)에 원융국사가 무량수전을 중창하여 오늘에 이른 고찰이다.

 

 

 

소수서원을 답사한 후 부석사를 관람하는 순으로 계획을 잡았는데, 소수서원은 09시부터 개방을하여 동이트면 출입이 가능한 부석사를 관람하기로 한다. 소수서원에서 부석사까지는 약 14km떨어져 있으며, 부석사주차장의 주차비는 누구나 좋아하는 꽁짜다.
산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매표소도 이제는 매표를 하지 않는다.
부석사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은행나무가 반겨주며 절로 힐링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부석사 일주문에는 ‘태백산부석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소백산 줄기 봉황산 중턱에 위치한 부석사가 일주문 현판에 태백산을 쓴 이유는 부석사는 태백산 국립공원과 소백산 국립공원 사이에 있고 거리상으로는 소백산이 더 가깝지만 지형상 부석사가 자리한 봉황산은 그 뒤편 선달산으로 이어지면서 태백산 줄기에 속한다. 그래서 소백산이 아닌 태백산부석사라는 것이다.
부석사에 들어가면 맨 먼저 신라시대 석조유물인 ‘당간지주’를 만난다. 보물 제255호 부석사 당간지주로 통일신라 9세기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왕문에서 안양루까지 계단은 다소 가파르지만, 전각을 구경하면서 올라 가는 재미가 있다.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사천왕상을 보니 무언가 죄지은 사람처럼 빨리 지나간다.
천왕문을 통과하면 2단 석축단을 연결하는 계단끝에 만세루 가 좌우로 길게 있으며,
만세루 곡선의 문턱을 통과하면,
1단 석축단 위 양옆으로 부석사 삼층석탑이 나란히 보인다. 쌍탑 뒤로는 전각과 누각이 겹겹이 쌓여 마치 궁궐처럼 보인다.
부석사 삼층석탑은 동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탑이다. 보기에는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틀리며 만든 연대도 틀리다.
사찰의 중문에 해당하는 범종루 누각에는 ‘鳳凰山浮石寺(봉황산부석사)’라는 편액을 걸어 놓았는데, 범종루의 지붕이 상당히 특이하여 옆에서 보기로 한다.
범종루 건물의 지붕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 치기 쉽다. 팔작지붕을 한 쪽이 정면을 향하고 있고, 맞배지붕이 뒤쪽을 향하고 있는데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면 왜 목수가 지붕을 그리했는지를 알수 있으며 그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범종루를 누밑을 통과하여 범종루에 가까이 간다. 1747년 재건했다는 누각 2층에는 붉은 여의주를 문 목어, 운판, 법고가 자리한다
부석사 범종각은 만세루 위쪽 석축단의 좌측에 있는 건물로 1980년의 보수 정화공사 이후에 신축한 것이다. 범종각은 정면 3칸 ‚ 측면 2칸 규모의 익공계 맞배집으로 기둥만 세워 개방하였는데 기둥 사이는 홍살로 막았다.
보장각은 부석사 고려각판(보물 제735호)과 조사당에서 떼어 낸 벽화(국보 제46호)를 보관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이다. 정면 3칸 ‚ 측면 2칸의 건물 2동을 석축단 위아래에 따로 건립하여 서로 연결하였다.(현재 문화재는 성보박물관에 있다)
조선 후기 목조건물인 ‘안양루’도 유명하다. 범종루 아래에서 정면을 보면 극락세계로 가는 안양문이 보인다. 특이하게도 범종루에서 북서쪽으로 확 틀어져 비켜 있다.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안양문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다시 한 번 누각 아래로 몸을 낮춰서 들어가야 한다. 누각 아래의 현판은 안양루, 2층 누각에는 부석사 현판이 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썼단다.
안양루 2층 내부는 출입이 금지되어 안양루 옆 석축단에서 하부방향을 바라보면 사바세계의 신선한 풍경이 다가온다.
안양루 좌우 석축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엎드려 모여 있는 경내 여러 건물들의 지붕과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한눈 에 들어온다. 아스라이 보이는 소백산맥의 산과 들이 마치 정원이라도 되듯 외부 공간은 확장되어 다가온다. 부석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이다.
옛날부터 많은 문인들이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소백의 장관을 시문으 로 남겼고 그 현판들이 누각 내부에 걸려 있다. 안양루에서 바라본 경치에 취해 방랑 시인 김삿갓이 ‘부석사’라는 시문을 남겼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로 시작된 시는 인간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라고 시는 적고 있다.
안양문을 지나면 부석사의 상징인 무량수전이 내 눈앞에 들어온다. 하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석등도 주목해보자. 사각으로 이뤄진 무늬 바닥돌과 팔각기둥 위에는 가운데 기둥을 받치는 큼직한 연꽃 조각이 있다. 그 위로 석등을 점등하는 부분인 팔각의 화사석이 있는데, 네 면은 불꽃을 밝히기 위해 뚫려 있고, 네 면은 각기 다른 모습의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화사석 위 지붕돌도 역시 팔각이라 석등 전체로 보면 비례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통일신라 최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1962년 국보 제17호로 지정되었다.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부석사의 중심 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시기 위해 건축됐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최고 기록은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이다. 무량수전은 1016년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인데 기둥 사이의 주칸 거리가 크고 기둥 높이도 높아 건물이 당당하고 안정감 있게 지어졌다.
무량수전은 인간을 고려한 미학과 건축적 공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을 준다. 무량수전은 전각 기둥의 중앙 부분을 볼록하게 하는 배흘림기둥을 사용했다. 일자기둥은 멀리서 보았을 때 착시현상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불안해 보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주기 위함이란다. 그뿐만 아니라 기둥 위쪽을 내부로 경사지게 세웠다. 무량수전 정면 중앙칸에 걸린 편액은 고려 공민왕의 글씨다.
무량수전 안에 들어가니 거대한 불상인 국보 제45호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이 보인다. 2.78m 높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근엄한 얼굴의 소조상은 경외감을 자아낸다.
무량수전 북동쪽에 통일신라 때 건립된 삼층석탑이 있는데, 보물 제249호이며, 자인당의 석불들과 함께 이웃 절터에서 옮겨진 것이다. 2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쌓은 전형적인 신라시대 석탑이다.
삼층석탑에서 무량수전과 안양루를 동시에 보면 산자락을 따라 자연스레 내려가는 부석사 건물들의 경관을 볼 수 있다.
무량수전 왼쪽 뒤편에는 부석사란 이름의 유래가 된 뜬 돌이 있다. 이 바위는 아래 위가 붙지 않고 떠 있다. 한자로 부석(浮石)이라고 새겨진 돌이다. 676년(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부석사를 세운 뒤 화엄사상을 펼치던 곳이다. 부석사의 명물인 부석(일명 뜬바위)에서 절 이름을 따왔다. 이 때문에 의상대사는 ‘부석존자’라고 불리고 그가 설파한 화엄종은 ‘부석종’이라고도 불린다.
기록에 의하면 의상 대사가 당나라에서 머물렀던 집에 ‘선묘’라는 주인의 딸이 있었다. 의상을 흠모했으나 이뤄질 수 없음을 알고 의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의상이 신라로 귀국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은 선묘는 부두로 달려갔으나 그가 탄 배는 이미 사라져 선묘는 내 몸이 용이 되어 의상이 무사히 귀국케 하겠다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 후 의상이 왕명으로 화엄사상을 펴기 위해 봉황산 기슭에 절을 지으려고 할 때, 이곳에 있던 많은 이교도들이 방해했다. 이때 선묘가 나타나 큰 바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기적을 보였고 이교도들은 흩어졌다. 의상이 무사히 절을 세운 뒤에도 돌이 떠 있다고 하여 ‘뜬 바위’라고 불렸다.
뜬바위 좌측으로 좌불석상을 모셨다.
요사채옆으로 삼성각에는 칠성‚ 독성‚ 산신 세 분을 한 곳에 모신 전각으로 무량수전 서쪽 석축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의 삼성각은 원래 축화전이라 불렀는데 영조 때 대비의 원당으로 지은 건물이라 한다.
관음전으로 내려가는 정원으로 낮은 돌담에 기와를 얹어 놓은 부처의 길이다.
관음전으로 내려가면서 아차! 생각이 떠오른다. 선묘각과 조사당을 관람을 못했다. 다시 올라 갈까 했으나 다음에 다시 올 핑개거리가 생겼다. 돌고 도는게 인생사 피곤하면 그만두는 게 상책이다.
관음전은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사찰 당우를 말한다.
부석사의 안양루 문을 넘어가면 말 그대로 누각이 되어서 다른 높이에서 본 여러 사바세계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건축물의 범종루부터 고려시대 무량수전으로 가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가면 근엄하고 거대한 소조여래좌상을 온화한 미소를 마주할 수 있는데, 사바세계 인들에게 경외심을 자아내게 한다. 부석사의 묘미는 수많은 인생의 굴곡을 넘어 극락으로 가서 소조여래 아래서 평안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천태만상의 사설 도자기박물관이 어서오라 유혹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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