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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행

함양상림

2024년 10월 2일

함양의 색을 가장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함양상림이다. 함양이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 인물을 잇는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장소이기 때문이다. 함양군에서는 상림의 사계를 함양 8경 중 제1경으로 꼽고 있으니 함양을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할 여행지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4-1에 위치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54호 상림공원 표지석. 일명 최치원공원이라고도 한다  함양 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부임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전시관 등 시설물이 생기더니 상림공원이란 이름이 더해졌다.
함양 상림의 유래는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군의 옛명칭)의 태수로 있으면서 백성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으며, 당시에는 위천천이 함양읍의 중앙을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홍수가 빈번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강물을 돌리고 둑을 쌓고, 둑 옆에 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며, 처음에는 대관림이라고 불렀으나, 이후 큰 홍수가 나서 중간 부분이 유실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누어지게 됐다. 하림은 많이 훼손되었으나,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부분의 이름 만을 따서 상림이라고 부르게 됐단다.
함양상림관리사무소 주변에는 최치원역사공원, 함양박물관 등이 있어 같이 둘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 주차비는 무료다.
공원 입구의 관광안내소와 야외무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숲길이 펼쳐진다.
가을날 가을꽃이 한들거리고 그중 30만구의 붉은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
꽃무릇은 상림공원 산책로를 따라 붉게 꽃무릇이 피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많은 이들이 길게 이어진 맨발걷기길에서 숲을 즐긴다. 고운 흙길과 지압 보도, 울창한 그늘이 있어 걷기만 해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다.
현재 공원 내 맨발산책로를 다볕당코스(350m) 및 함화루~물레방아코스(1.2km) 등 2개 코스를 조성해 맨발 걷기를 위해 많은 탐방객이 방문해 힐링과 심신의 치유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느릿느릿 어딜가는지 거북이 한마리 뒤로 누각이 보인다.
숲속에는 2층 누각이 있다. '함화루'다. 함양 읍성 '남문'이다. 1380년에 토성으로 쌓았다가 1729년에 석성으로 다시 축조한 함양 읍성의 남문으로 삼문중 유일하게 남아 있다. 조선 시대엔 정자에 서면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망악루'라는 이름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조선 제26대 고종 8년(1871)에 세워진 '함양 척화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승리로 이끈 흥선대원군이 서양사람들을 배척하고 그들의 침략을 국민에게 경고하고자 서울 및 전국의 중요 도로변에 세우도록 한 비로, 이 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한·일합방이 되면서 일제에 의해 대부분의 척화비들은 철거되거나 훼손되었는데, 이 비는 본래의 모습으로 넘어져 있어 바로 세워 놓았다.
공원 주변에 연꽃단지와 경관단지 등 위천천의 맑은 물을 이용하여 공원을 조성하여 볼걸이를 제공하고 있다.
울창창 숲 옆 습지엔 우리의 전통 수련 외에 호주수련, 빅토리아 수련, 핑크레오파드스, 불스아이 등 지구촌 습지식물이 다 모였다. 습지 사이 구름다리와 돌길은 포토포인트이다.
가을을 맞아 절정을 맞은 다양한 가을꽃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다시 숲길을 둘러 본다.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가 주를 이루고 보리수와 산수유나무, 화살나무에서 덩굴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 마치 산 하나를 품은 듯하다. 언제 찾아도 그 계절에 꼭 맞는 한 폭의 풍경이 반갑게 맞이하리라.
파평윤씨 화수정
이은리 냇가에서 옮겨온 이은리 석불로 홍수때 사찰이 유실되면서 물에 쓸려 내려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의미를 지니는 '연리목'은 종종 발견된다. 그런데, 상림엔 색다른 연리목이 있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 수종이 서로 다른 두 나무가 합쳐진 연리목이다.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사운정. 함양 사운정(思雲亭)은 경남 유림과 정3품 박정규, 김득창이 고운 최치원을 추모하기 위해 1906년(고종 46) 건립하여 처음에는 모현정이라 불렀으나, 후에 고운 최치원을 추모한다는 뜻에서 사운정이라 불리우고 있다.
1923년 최씨 문중에서 세운 함양 최치원 신도비다. 숲길을 거닐면 숲의 역사를 넘기듯 배워가는 즐거움도 있다.
함양읍 만세 기념비, 대한의사 하승현 사적비, 대한의사 김함익 기념비등 독립만세운동과 관련된 비석들이다.
금호미 전설이 담긴 `금호미다리`.  상림공원은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금호미 한 자루로 나무를 다 심었다는 것과 상림에는 뱀, 개미, 지네 등의 미물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전에 의하면 효성이 지극했던 최치원은 어느 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상림에서 뱀을 만나 매우 놀랐다는 얘기를 듣고 상림으로 달려가 ‘모든 미물들은 상림에 들어오지 마라!’ 하고 외치니 그 후 상림에 뱀, 개미 등이 없어졌다고 알려졌다.
길 중간에 있는 약수터는 숲의 자그마한 쉼터다.
함양을 빛낸 선인의 흉상과 공덕비가 있는 역사인물공원 등 함양의 역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줄기에 폭 싸인 함양에는 예부터 학문과 덕이 높은 선비가 많이 배출됐다. 신라 최고 문장가로, 동방 18현이었던 고운 최치원이 함양 태수를 지내면서 홍수를 막으려 조성했던 '천년의 숲' 상림에는 함양 출신이거나 함양과 관련 있는 선비 11인의 흉상을 세워 놓은 역사인물공원이 있다. 고운 선생을 비롯해 성리학 대가였던 일두 정여창, 현감으로 재직하며 함양에 조선 최초 물레방아를 세웠던 연암 박지원, 영남 유림의 중심으로 함양 군수를 지냈던 점필재 김종직 등이 흉상의 주인공들이다.
함양을 다스렸던 수령들의 선정비가 즐비하게 서 있다.
선정비 중 갑오동학농민운동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고부 군수 `조병갑`의 선정비다. 조병갑은 1886~1887년 근 1년간 함양 군수로 지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민간단체에서 탐관오리 조병갑의 선정비 철거를 요구하였으나,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역사의 교훈이라는 점에서 이 비를 보존하기로 하였단다.
함양의 선비 정신을 1100여 년 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최치원, 정여창, 김종직, 박지원, 노 계, 유호인 등 함양을 빛낸 인물 11명의 상반신상이 늘어서 있다.
고운 최치원 동상.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는 함양 상림공원을 찾는 발걸음은 아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면 된다. 아담한 숲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꽃 피는 봄도 좋고 녹음 우거진 여름도 좋으며 낙엽 고운 가을 그리고 흰 눈 내리는 겨울에도요. 그때 상림은 우리를 기다린다. 인공으로 조성한 숲, 상림. 하지만 인공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세월도 세월이거니와 자연을 벗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빚은 소담스러운 정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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