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대표 도보 여행길 '구불길'의 핵심 코스가 대부분 포함돼 있어 아름다운 군산 곳곳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탁류길이 있다. 탁류길은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 소설‘아리랑’의 배경지가 밀집되어 있는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이어져 있어 역사적인 숨결과 문학이 배어있는 길로, 우리 한민족의 아픔과 항쟁을 배우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길이다. 탁류길은 총거리 7.5km, 소요시간 120분이 걸리는 길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수덕공원, 해망굴, 월명공원, 신흥동일본식가옥, 초원사진관, 동국사, 선양동 해돋이공원, 군산근대건축관 등을 지날 수 있다.
시간여행안내소 주변에 주차를 하고, 탈류길 안내도를 살펴본다. 시간여행안내소 주변에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채만식의 `탁류`는 쇠락한 가문의 딸 초봉이 겪는 기구한 인생을 그렸다. 군산 시내 탁류길은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이 쌀을 수탈하는 창고로 활용하던 1930년대 군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군산에 있는 ‘장미공연장’과 ‘장미갤러리’는 꽃 이름이 아니라 ‘쌀 곳간’의 ‘장미(藏米)’다. 로빈에게 ‘로즈’가 아니라 일제가 쌀을 보관했다 빼앗아 간 창고라고 설명을 듣다 보면 단숨에 우리 역사를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말 ‘장미’는 이렇게 다른 뜻을 갖게 된 건지, 역사가 말을 이렇게 바꿔놓는다.장미갤러리구 일본 18은행 건물은 일본으로 곡물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해 설립한 건물이다. 현재는 근대 미술관으로 변신하여 창문 너머 자연과 시선 너머 삶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어찌 수탈의 아픔이 지워지겠는가.일제강점기 경제적 수탈의 현장이었던 근대미술관(구 일본 제18은행) 등 그 옆으로 근대역사박물관이 보인다. 근대역사박물관 관람의 즐거리는 따로 지면을 활용하기로 한다.근대역사박물관 옆 건너편에는 군산항으로 들어온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붉은벽돌로 지은 옛 군산세관(현재 호남관세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은 서울 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보존된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알려진다. 김영삼 정부 때 서울 광화문 바로 앞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였는데, 아픈 역사도 엄연한 역사라는 한 관리의 논리로 보존되었다고 한다.옛 군산세관에서 탁류길을 따라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를 찾아 간다.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는 중일전쟁 이후 국가가 식량 가격 및 유통량을 조절·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식량영단의 군산출장소 건물로 일제에 의한 호남평야 지역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증거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탁류길은 수덕산공원으로 올라 가 해망굴 방향으로 이어진다.해망굴은 군산시의 월명산 자락 북쪽 끝에 자리한 해망령을 관통하는 터널로서 수산물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는 자동차의 출입을 막아 보행자만 통과가 가능하다. 월명공원으로 탁류길은 이어진다.월명공원에 설치된 해병대 군산, 장항, 익산지구 전적비.타오르는 불꽃과 바람에 나부끼는 돛의 형상을 띠고 있는 수시탑은 군산의 상징이자 월명공원의 상징이다.수시탑에서 내려와 바다조각공원으로 탁류길은 이어지고,탁류길은 바다조각공원을 지나서 군산말랭이마을 방향으로 내려간다.말랭이마을은 국민배우 김수미 씨의 고향이란다.신흥동은 1930~40년대 무렵부터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게 되면서 주거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6.25전쟁 시기 피란민이 지금의 해망동, 신흥동 등지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때 바위 위에 판자집을 다닥다닥 대어 집을 지었고 세월이 흘러 이곳은 초가지붕 가득한 동네가 되었는데, 산비탈을 의미하는 전라도 방언인 [말랭이]에 마을을 형성하였다 하여 사람들이 말랭이 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탁류길 중심 신흥동에 일본식 가옥이 있다. 일제강점기 부촌에 포목상 히로쓰라는 사람이 살았던 집이다.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촬영하기도 하였으며, 수많은 한국 영화가 이 주택에서 촬영될 정도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다.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대규모 목조 주택 2층 건물로 벽체는 심벽에 목재 비늘판벽과 회벽으로 마감하였고, 지붕은 박공지붕과 합각지붕에 기와를 얹어 마감하였다. 자연석을 깐 기단 위에 방형 초석이 놓이고 그 위에 가느다란 사각기둥이 세워져 지붕 가구가 짜인 방식이다. 당시의 건축 양식과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 사진관'은 허름한 차고를 사진관으로 꾸몄다고 한다.물끄러미 사진관을 쳐다보니 배우 한석규와 심은하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밀려온다. 그들은 긴 시간이 필요로 하는 사랑을 하고 싶었단다. 특유의 감성 영화 분위기 덕분인지 젊은 여행자의 발길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청 관사는 근대기 공공기관의 관사로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일반적으로 관사가 표준화된 형식을 따르는 반면 이 주택은 규모가 큰 저택으로 일본식과 서양식의 화려한 세부 표현 기법이 잘 남아있으며, 일제강점기 후반 월명동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나타난 군산 원도심의 공간변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초원사진관에서 탁류길은 골목을 뱅뱅 돌아서 동국사가 있는 곡목길로 안내를 한다. 보이는 건물은 군산평화박물관이다.군산평화박물관을 지나서 가다보면 동국사가 나온다. 동국사는 1909년 일본 승려 선응불관 스님에 의해 창건되어,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일본인 승려들에 의해 운영되다가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며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온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한 일본식 사찰로, 대웅전과 요사채가 실내 복도로 이어진 것이 특징이다.동국사는 한국 개화기와 근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써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동국사에서 명산사거리를 경유하여 선양동 해돋이공원으로 탁류길은 이어진다.해돋이공원에서 내려와 개복동 예술인의 거리 골목으로 들어 간다.시민예술촌군산 짬뽕거리를 지나면 군산근대건축관이 나온다.소설 `탁류`에서 고태수가 다녔던 은행으로 조선 자본 침탈을 일삼았던 구 조선은행(현재 근대건축관) 건물이 낯설게 서 있다.서글픈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건축물로 당시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내부를 전시관으로 바꿨다.100년을 거슬러 올라가 멋지고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들을 만난다는 특별함도 있지만 아프고 쓰린 역사의 흔적을 바라보는 심정은 쓸쓸하고도 애잔하다.군산근대건축관 뒤로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이 나오는데, 뜬다리 부두와 내항 호안시설, 철도 부지, 옛 제일사료 공장 부지 등 1899년 개항부터 일제강점기 수탈과 광복 이후 근대 산업화 생활사까지 담아있다.특히 호남 평야에서 수탈 한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접안 시설, 군산항 뜬다리 부도(부잔교)가 지금도 항구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말할 것도 없이 부잔교는 조선 백성들의 목숨과도 같은 쌀 가마니를 일본으로 퍼 나르는 운반 장치였다.부잔교 우측으로 고려를 노략질하던 왜구를 크게 물리친 역사적 유적지에 세워진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공원에는 상륙장갑차, 공군기, 탱크, 자주포와 해양경비정 등이 전시되어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진포대첩 최무선 장군 조형물도 보인다.퇴역한 4,200t급 대형 수송함인 위봉함이 정박해 있다. 이 위봉함은 진포대첩 역사 문화 체험의 좋은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최무선과 함께하는 군산역사 여행'을 주제로 체험관의 동선이 구성되었다. 역사 속에서 최무선 장군을 만나고, 진포대첩 승리의 과정을 살펴보며, 4D 영상관을 체험하고, 여러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다.전시실에서 먼저 군산항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군산에는 고려 시대에 개성으로 세곡을 운반하는 진성창이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군산창이 설치되어서 옥구, 전주, 진안, 장수, 금구, 태인, 임실 등 여러 고을에서 세곡이 이곳으로 모여서 조운선에 실어 한양으로 운송하였다.최무선 장군의 활약을 화약, 함선과 주화의 세 가지로 핵심 잡아 설명하고 있다. 최무선 장군은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 제조 시작하였고, 해전의 개념을 바꾼 고려 수군의 원동력이 된 함선을 개량하였으며, 로켓 원리를 적용한 주화를 개발하여 고려 수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였다. 우리나라 바다 전투 처음으로 화포 활용하여 대승을 거둔 진포대첩의 역사적인 해전 전투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한 그림과 모형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위봉함 선실 2층에는 해군 함정 병영 생활 공간이 공개되어 있다. '해군 체험'을 주제로 병영 생활을 체험할 수 있으며, 위봉함 이야기와 우리나라 해군의 위상과 미래 비전을 알리는 공간이 들어서 있다.군산은 역사와 자연,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여행지로, 여유롭게 거리를 걷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를 보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는 뜻깊은 말씀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