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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2025년 7월 30일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에서 심곡까지 해변을 통해 이어진 '부채길' 이야기를 적어 본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심곡항 사이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해안단구지대(천연기념물 제437호) 3.0㎞ 구간에 개설된 해안 절경 탐방로이다.

 

 

 

정동진 모래시계전망대 주차장(무료)에 주차를 한후 정동진항으로 가며는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입구가 나온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크루즈를 형상화한 이 두 호텔은 정동진의 독특한 랜드마크이며, 범선카폐가 있는 곳이 정동진항이다.
‘정동’은 한양에서 정방향 동쪽에 있다는 뜻이며 ‘심곡’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을 뜻한다. 지형이 바다를 향해 펼쳐 놓은 부채 모양과 닮아 ‘바다부채길’이라고 이름이 붙었단다.
부채길 정동진매표소 앞에서 뒤돌아 본 전경.
부채길은 오전 9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성인 5000원. 탐방로는 약 3km에 달하는 길로, 걷는 동안 동해바다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과 독특한 지질학적 형상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썬크루즈리조트가 있는 곳에 위치한 정동매표소 또는 심곡항이 자리한 심곡매표소의 두 곳 중 한 곳을 시작점으로 트레킹이 가능하다. 접근성을 고려하면, 강릉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정이라면 정동 매표소가 수월하고, 동해시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일정이라면 심곡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동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해상 광장에서 첫 걸음을 뗀다. 이곳에서는 광활한 동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과 함께 동해의 맑고 푸른 물결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태곳적 탄생의 비밀과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간직된 바위 앞에 시원하게 탁 트인 동해는 태양을 삼킬 듯 웅장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바다 앞에서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와 함께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정동·심곡지역엔 25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전국 최장 거리의 해안단구가 자리 잡고 있다. 해안단구는 파도에 깎여 평평해진 해안이 지반 융기와 함께 솟아올라 형성된다. 그동안 이 지역은 해안 경비를 위한 군 경계 근무 정찰로로 사용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은 통제됐던 곳이다.
정동진 해안단구는 한반도 지형생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단구는 땅이 솟아올라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지형을 말하는 것으로, 정동진 해안단구를 보면 200만~250만년 전 해저지형이 80m 정도 상승하면서 지금과 같은 동해안 형태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질구조와 퇴적환경, 해수 침식작용, 해수면 변동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학습장인 셈이다.
그런데 바다부채길을 알리는 해상광장에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외제차인 빨간색 ‘미니’ 컨버터블이 바다를 배경으로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산차도 같이 전시하여 해풍에 어떤차가 빨리 부식되는지 실험을 하면 어떨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간직된 바위 앞에 시원하게 탁 트인 동해는 태양을 삼킬 듯 웅장하다. 미리 양산을 챙겨와 다행히 햇빛을 차단한다. 양산은 매표소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바람이 세서 파도가 거칠 때는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그만큼 바다와 가까운 길이다.
탐방로의 하이라이트는 투구를 쓴 병사의 모습을 닮은 투구바위와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부채바위다. 이곳은 해안단구의 지질학적 특징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사진 명소로도 손꼽힌다.
하나의 전설을 만났다. '투구바위와 육발호랑이 전설'인데,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바위가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이어서 생긴 전설이라고 한다.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과 발가락이 여섯 개인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였다. 안내문을 읽고 다시 바위를 보니 정말 투구를 쓴 장수 앞에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바다에 뛰어들지 않아도 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을 걷고 있다.
총 길이 3.0㎞로 여유 있게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길지 않은 코스다. 이곳 쉼터가 부채길 중간 지점이다.
모래해변이 보이는 끝에 부채바위가 보인다.
화장실과 간단한 음료를 파는 카폐도 새로 생겼다.
부채바위는 마치 부채를 펼쳐놓은 듯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위엔 유명한 전설도 있다. 200여 년 전 이 마을 한 노인의 꿈에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왔다는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 여인은 “내가 심곡과 정동진 사이에 있는 부채바위 근방에서 떠내려가고 있으니 구해 달라”고 했다. 노인은 배를 타고 부채바위 인근으로 갔고 그곳에서 나무 궤짝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여인의 화상이 있었는데 노인은 서낭당을 지어 이 화상을 정중히 모셨고, 이후 이 마을엔 풍어가 이어졌다고 한다.
파도는 바로 옆에서 부서지기도 하고 발아래까지 밀려 들어오기도 한다. 지형과 주변 바위의 크기, 자리 잡은 위치, 바다의 깊이와 골을 이루고 있는 모양에 따라 파도가 밀려와 부딪히고 부서지는 모양과 소리도 다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경계 초소는 물론, 새로 만든 탐방로 옆에 녹슨 옛 순찰로와 철조망, 눈앞을 가로지르는 통신 케이블, 사진촬영이나 무단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들은 여전히 이곳이 군의 경계근무가 이뤄지는 지역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구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짜릿한 기분을 더해주는 듯했다.
파도가 센 곳에서는 철써덕 하는 소리가 귀와 머리에 가득 차 울린다. 철제 다리가 꽤 높은 곳에서는 살짝 두려운 마음마저 들 정도로 아찔하다. 검푸르거나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하얀 포말이 마구 뒤섞인다. 바위를 돌아 나오면 이제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 높지 않은 계단을 오르면 멀리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보인다. 길의 끝인 심곡항이다.
탐방로의 종점인 심곡 매표소로 향하기 전, 전망타워에 들러 동해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은 바다와 탐방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계속 보면서 지나온 바다와 바위와 파도와 절벽과 소나무가 여전히 이어지지만, 질리지도 않는다. 심곡전망타워에서 질리지도 않는 것들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내려온다.
심곡항 전경.
정동진으로 다시 돼 돌아 간다.
한여름에 뛰어들 수 없는 바다가 그림의 떡처럼 아쉬운 사람도 있겠다. 실제 한여름에 탐방객이 가장 적은 편이라고 한다. 가림막이 있는 벤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라 아예 자리 잡고 쉴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봄과 가을, 맑고 파도가 치는 날이 가장 좋다고 한다.
숨이 가쁠 무렵 정동진 쪽의 시작점이 나왔다. 심곡항까지 갈 때는 곳곳에서 해찰하느라 한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돌아가는 길은 40~50분이면 충분했다. 절경이 끝없이 펼쳐진 해안길에서 시간조차 잊고 걸었던 한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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