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6일
안반데기는 강릉에서 지방도로 415번을 타고 정선방향으로 가다가 겨우 차량 2대가 교행할수 있는 오르막으로 접어드는데 조심해서 올라 가야할 길이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는 백두대간의 우묵한 고지대에 터를 잡은 하늘 아래 첫 동네인 동시에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지역이다. 안반데기는 고루포기산(1,238m)과 옥녀봉(1,146m)을 잇는 해발 1천100m 능선 쯤에 있다. 산이 배추밭이고, 배추밭이 곧 산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을, 데기’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에 위치한 안반데기 마을회관. 안반데기’는 떡메를 치는 안반 같은 땅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안반덕’의 강릉 방언이기도 하며, ‘안반덕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효종때 밀양박씨가 들어오고 마을이 만들어진 뒤 각 성씨가 이주해오기시작했으며 조선후기 인문지리지인 ‘여지도서’에도 ‘대기’ 가 기록돼 있는데, 대기리는 강릉군 구정면 지역이였으며 1916년 20여개의 마을을 병합한 후 대기리라 칭하고 상구정면에 편입됐가 1917년 상구정면이 왕산면으로 개칭되면서 대기리는 왕산면에 포함되어다. 대기리는 처음엔 3개리로 구성됐으나 1967년 고루포기산 능선인 안반데기 농지를 개간해 감자, 채소를 심는화전민이 들어와 마을이 생기면서 4개리로 확장돼 안반데기가 대기4리가 됐으며 안반데기는 1965년 국유지 개간을 허가해 감자,약초 등을 재배해 오다가1995년 경작자들에게 농지를 불하해 현재는 28개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채소 산지다.
지방도로에서 지그재그로 연결된 도로를 끝까지 오르면 산은 멀어지고 시야가 툭 트이면서 배추밭 만 보인다.
보통은 이곳에 주차를 하고 약 1km떨어져 있는 멍에전망대에 다녀오는 것을 권한다.
걸어서 돌아다녀야 주변을 확실히 볼수 있다. 멍에전망대 주변에도 주차장이 있다.
흰 구름 사이로 초록빛 가득한 안반데기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 가까이서 무럭무럭 자라는 푸른 배추들이 세상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하늘과 들판의 푸른 기운으로 가득한 이곳에선 지독한 더위도, 끔찍한 감염병도 잠시 사라진 듯하다.
대형 풍력발전기와 하얀하늘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멍에 전망대 입구는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뒤엉킨 철사들로 막혀있다. 전망대를 둘러싼 석축 일부는 무너져 내렸고, 입구 주변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멍에 전망대 부지는 개인 사유지로, 지난해 초 소송 등 토지주의 개인사정으로 출입이 제한됐단다.
남북으로 넓고 길게 뻗어 있는 안반데기는 어찌 보면 거대한 분지 처럼 보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안반처럼 평평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경사가 심한 비탈밭이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지만 얼마 전까지도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고도가 높은 안반데기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이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가 종일 쉬-엑, 쉬-엑 소리를 내며 풍차 손을 돌려댄다. 가까이서 보면 이물스러운 거대한 인공구조물이지만 멀리서 조망할 때는 경작지의 실루엣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낯선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 때문에 사람들은 험한 고개를 넘어 외진 고원으로 찾아온다. 그들은 인공이 제법 자연화한 안반데기에서 날것의 초록을 즐긴다.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초록의 자연성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반데기의 지형이 마치 팔을 활짝 벌려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산주인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 고랭지 채소단지로는 최고 넓은 곳이라서 그런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일이 있을 때 툴툴 털어버리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와 멍하니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앉아 있으면 모든 상념과 번민이 깨끗이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