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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행

주왕산

2024년 8월 22일

더위를 피해 청송의 주왕산을 찾아간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의 열두번째 국립공원이자 2017년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이면서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은 한라산, 주왕산, 무등산 세 곳 뿐이다. 국내외에서 지질학적 가치와 경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인정받은 셈이다.

 

 

 

 

주왕산의 장군봉코스만 빼고 다른 코스는 탐방한 곳이라 무더운 날씨에 산행은 포기하고 계곡의 아름다음을 만끽하기 위해 용추폭포까지 다녀 오기로 한다. 상의주차장에서 출발해 대전사, 용추폭포를 거쳐 다시 상의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왕복 6.3㎞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주왕산은 바위 봉우리가 병풍을 친 것 같아서 석병산이라 했다가 신라 말부터 주왕이 은거했다는 전설에 주왕산으로 불렸다.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3대 바위산으로 꼽힌다.
주왕산국립공원을 찾아오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마치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듯한 절벽으로 이어진 웅장한 ‘기암단애’다. 도로를 타고 오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단애가 보이면 멋진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해야 한다.  주왕산은 굳이 등산을 안해도 용추폭포와 기암괴석 등 독특한 지형이 바뀌는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공원 탐방로로 들어서기 전 공원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맛집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대전사로 향해보자.
대전사로 들어서면 커다란 절 지붕 위로 기암이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고찰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대전사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그러나 고려의 나옹선사는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절 이름을 대전사로 바꾼다.
자꾸만 눈이 가는 바위봉우리 내려다보는 것보다도 올려다보는 것이 기괴하고 신비스럽다.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편 모양이기도 하고 임금님의 익선관 같기도 하다. 뫼 산 글자와도 닮았다. 흔히 기암이라 하면 ‘기이하게 생긴 바위라 생각하지만 기암 단애의 기는 깃발을 의미한단다.
주왕전의 옛터를 가리키는 표지석의 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국립공원 주왕산에서 서식이 확인된 주왕산 깃대종인 천연기념물 324호 솔부엉이를 알리는 조형물.
대전사 경내를 가로질러 부도탑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구름다리를 건너는 길은 장군봉과 금은광이를 지나 달기약수터로 이어지며, 우측으로 용추폭포로 가는 길이다.
주왕산 계곡길은 우리나라 3대 암산에 꼽히기도 하지만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게 이루어져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맑고 청정한 공기, 멋진 경치, 경쾌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주왕계곡 입구에는 아들바위가 있다. 뒤를 돌아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돌을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재미있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큰 바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작은 나뭇가지들로 만든 받침대를 대놓아서 안심하게 지나갈 수 있다.
주왕산성은 자하성이라고도 하는 대전사에서 약 1㎞ 지점에 있으며, 주왕이 고려군을 방어하기 위해서 3년에 걸쳐 축성했다고 한다.
주왕산성 앞에는 우측으로 주왕굴로 가는 길이 있는데, 주왕굴은 비로봉과 촛대봉 암벽 사이의 협곡에 있으며, 마장군에게 쫓긴 주왕이 이 굴에서 숨어 지냈다고 한다.
주왕계곡 길에는 협곡을 이룬 거대한 암봉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다. 기이한 바위 하나하나 저마다의 이름을 알아 보는 것도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담장같이 늘어선 바위지역에 `구암각자`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주방동천 문림천석'' 빼어난 산수의 주왕산의 물과돌은 문림랑의 것이다.라는 의미 라고 한다. 문림랑은 고려시대 `문림랑 위위시승` 벼슬을지낸, 청송심씨 시조 심흥부를 칭하는 것으로 청송심씨의 `완문표석`이다.
바위 위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렸다는 급수대, 급수대는 김주원이 주왕산에 숨어들어 궁궐을 지은 터가 있는 곳이다. 산상에 물이 없어 계곡의 물을 퍼올려 식수로 썼다 하여 이름을 얻었다.
급수대 암벽 면이 마치 칼로 깎아 다듬은 듯, 반듯하게 각진 모양이다. 돌기둥들이 당장에라도 떨어져 내릴 듯 수직으로 붙어있다. 바로 '급수대 주상절리'다.
급수대를 지나가면 떡시루 또는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는 시루봉이 보인다.
시루봉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져오고 있다. 옛날 어느 겨울, 한 도사가 이 시루봉 위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주었다고 한다. 어떤 대단한 도사가 저 높고 좁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도를 닦았던 것일까.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에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 유독 평평하고 높은 절벽인 학소대에는 슬픈 사연이 전해 오고 있다. 이 절벽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살았는데, 사냥꾼에게 백학이 잡혔다고 한다. 짝을 잃은 청학은 날마다 슬프게 울다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학소대와 시루봉.
시루봉과 학소대 이후에 주왕산의 진가가 드러나는 ‘용추협곡’이 나타난다.
화산폭발과 침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 협곡은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주왕산의 유명한 볼거리 용추폭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이 협곡을 지나야 한다. 협곡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높은 절벽에 둘러싸여 마치 천상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용추폭포는 암봉이 이룬 좁은 협곡 너머에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난 작은 틈 사이로 들어가면 사방을 석벽으로 둘러친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오는데, 그 공간 안쪽에 용추폭포가 있다.
폭포 아래로 둥근 웅덩이와 세 개의 굴이 눈에 띈다. 자연이 만들어 낸 결과다. 마주 보고 있는 암석이 사람 얼굴과 흡사하다.
협곡을 넘자 물소리가 들린다. 가장 기대하던 용추 폭포가 등장했다. 구룡소를 돌아 나온 계곡물이 돌 허리를 타고 쏟아지는 용추폭포가 보인다. 용추란, 용이 하늘로 승천한 웅덩이를 뜻한다. 용추 폭포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서인지 맑고 깨끗한 물이 푸른빛의 웅덩이로 쏟아져 내린다.
바위 틈에서 흐르는 물이 마치 용과 비슷했다. 용추폭포는 삼단을 이룬다. 1단 폭포 아래 선녀탕이 있고, 2단 폭포 아래 구룡소가 있으며, 3단 폭포 아래에 폭호가 있다. 비밀스러운 협곡과 협곡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다른 비슷한 곳을 떠올리거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경관을 만들어낸다.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전하는 구룡소가 폭포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선녀탕. 깎아지른 듯한 단애가 둥그렇게 둘러서 있고 바위틈을 뛰어내린 폭포수는 선녀가 목욕할 만큼 커다랗고 맑은 소를 이룬다. 가히 주왕산 최고의 절경이라 할 만하다.
주왕계곡 경관의 하이라이트는 더도 말고 용추폭포까지다. 더 올라가면 2폭포와 3폭포로 불리던 절구폭포와 용연폭포가 있긴 하지만, 1폭포인 용추폭포에 비길 만한 절경은 없다. 주왕산을 찾는 이들이 십중팔구 용추폭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이유다. 힘든 산행이 아니라 숲길을 마냥 걷고 싶다면, 주왕산의 계곡을 천천히 트래킹을 즐기면서 올라가면 기암절벽이 훤히 보이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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