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장수향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이겨낸 건축물로 온전히 보존돼 있어 조선 전기 향교의 형태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조선 태종 7년(1407년)에 건립되었던 것을 세종 23년(1442년) 읍내리 현 위치로 옮긴 것으로 창건 당시 건물 양식대로 보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다. 향교의 대성전은 지어진지 600년이 넘어 보물 제28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장수향교는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장수읍 향교길 31-14에 위치하고 있으며, 홍살문 안으로 대성전, 명륜당, 사마재, 진덕재, 경성재, 부강문 등이 있다.
홍살문 안으로 고직사와 새로 신축한 충효당이 있으며,
충효당 건너편에 장수향교 600년 기념비와 비석군이 자리한다.
향교정문 부강문 앞으로 1597년 정유재란 때 왜군이 향교를 불태우려 했는데 정경손이 필사적으로 지켜내, 그 공적을 기린 비각이다. 충복 정경손은 임진왜란 당시 향교 내 문묘 지킴이었다. 1846년(헌종 12년) 정주석 장수현감이 정경손의 거룩한 기개를 이어받기 위해 ‘성충복정경손수명비’를 세웠다.
장수 향교가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향교지기 '정경손'의 공이 지대하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침공하고 북상 중인 왜군이 장수 향교를 불태우려 하자 정경손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곳은 성전이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침범하려거든 나를 죽이고 가라'며 강력히 항거했다. 이에 감복한 왜장은 '이곳은 성전이니 침범하지 말라'라는 신표를 써주고 돌아갔다고 한다.
솟을삼문인 장수향교 정문 부강문의 현판은 박정희대통령의 친필입니다.
외삼문을 들어서면 명륜당이 남서향하여 자리하고 있다. 다른 향교에서는 강당앞으로 동재와 서재가 있으나, 강당뒤로 동.서재가 있는 특이한 건물 배치다. 명륜당의 구조는 정면사간 측면삼간 팔작지붕 중첨, 무고주오량 가구, 초익공계 구조로 평면구성은 좌우로 방 칸과 가운데 대청 두 칸의 간단한 구조이나 전후퇴집인 것이 큰 특징이다. 이 집은 좌우로 대청일 뿐 아니라 전 후로도 대청이라는 것이 색다른 점이다.
명륜당의 화려한 문양으로 채색된 대들보.
명륜당은 특이한 마루구조다. 보통은 기둥중간에 마루를 거는 것이지만 이 집은 반대로 마루 머름 위에 기둥이 올라탄 형식이다.
명륜당 뒤쪽에는 경성재와 진덕재가 자리하여 소위 ‘전당후재’형의 강학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경성재
진덕재
대성전 좌측으로 사마재 건물이 있다. 사마재는 생원 및 진사에 합격한 사람들이 글공부하던 곳이다.
보통 평지에 세워진 향교는 앞쪽에 대성전이 있고 뒤에 명륜당이 자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장수향교는 뒤쪽에 대성전이 있다. 그리고 장수향교는 일반적인 향교와는 달리 문묘영역에 동무와 서무를 건립하지 않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내삼문 안 장수향교 대성전은 낮은 석축 기단 위에 세운 맞배집으로 정면 3칸, 측면 4칸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보물 제 272호다. 시간의 흔적이 어떻게 건물에 녹아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장수향교 대성전은 임진왜란 이전의 향교 건물로는 유일한 것이다 보니, 선조들의 얼이 담긴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공포는 정면과 배면의 구조가 서로 다르다. 정면 공포는 기둥 상부에만 포를 짜 올린 2출목(出目) 3익공 형식으로 주심포와 다포의 수법이 혼합되어 있다.
초제공과 2제공은 연꽃을 조각하였고 끝 부분이 위쪽으로 뻗어 올라가는 앙서형(仰舌形)이다. 3제공은 연봉오리를 조각하였으며 끝 부분이 아래쪽을 향하는 수서형(垂舌形)이다.
그러나 배면의 공포는 1출목 2익공 형식으로 정면보다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외관에서 보이는 특징은 귀기둥 옆에 달려 있는 구부러진 부재이다. 이 부재는 다른 건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수한 부재이다. 맞배지붕의 양쪽 끝 부분이 처지는 것을 구조적으로 보강하면서 지붕부와 축부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장식은 조선 중기 이후 건축의 특징적인 요소란다.
대성전의 현판은 명필 한석봉의 필체라 한다.
건물의 크기는 별로 크지 않고 앞면 가운데에는 여닫이문을 달았다. 오른쪽과 왼쪽 칸에도 같은 형식의 문짝 1개씩을 달았는데 그 옆에는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창을 달았다.
빛바랜 태극문양이 이채롭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교이면서 창건 당시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한 장수향교는 역사가 있는 건물로 우리나라의 향교의 주인공이라 할만하다.